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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호] 2008년 4월 30일 (수)   [ 목 차 ]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논쟁에 붙여  

이영진 변호사  프로필보기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논점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논쟁과 함께 지난 정부부터 논의되어오던 화두로 논의기간을 생각하면 이미 식상할 법한 논제이면서도 항상 찬반논쟁이 팽팽히 맞서다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말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또다시 본격적으로 떠오른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논쟁으로 인하여 이와 병행하여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 2008. 4. 14.자로 입법예고가 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만이 언급되어있고 순환출자제도의 규제에 관하여는 전혀 언급이 없다. 그간의 논의의 잠정적인 결론이나 방향성의 연결지점에서 생각을 전개해본다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면 그 보완책으로 순환출자에 대하여 규제를 해야만 할 것 같다. 이러한 주장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에 대한 반론에 부딪혀 보완책으로 스스로 내놓은 것이기도 하거니와 그간 경제개혁의 기치를 내건 시민단체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로 대기업이나 경영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체들은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면서, '순환출자에 대하여 금지 내지 규제를 하려거든 차라리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존치시키라'고 하면서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었다.

순환출자에 대한 금지제도가 대관절 무엇이길래 대기업들이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주장도 철회할 만큼 두려워하는지 그 속내를 들여다보자면, 실제 내로라하는 우리나라의 대기업들 가운데 LG그룹처럼 지주회사로 일찌감치 구조조정을 하면서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한 극소수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복잡한 순환출자의 고리들을 형성하고 있고, 실제로 삼성그룹을 포함한 일부 그룹의 경우 주력계열사 중 80%에 육박하는 계열기업에 대하여 출자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질 수 있다. 즉 기존 순환출자상 추가 출자를 금지할 경우 순환출자 고리상에 놓여있는 계열회사들에 대한 출자가 전면금지되고, 신규 출자고리형성만 금지하더라도 새로운 출자로 인하여 순환고리가 형성되는 기업에는 출자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출자대상을 제한하는 효과는 여전하므로, 결국 순환출자의 고리상의 혹은 고리가 형성될 회사들에 대한 유상증자나 실권주 인수도 불가능해지며, 그로 인하여 계열사간 출자에 의한 집중적 자금조달이 어렵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여 초기투자비용이 큰 대형프로젝트의 추진이 어려워지고, 외국인지분이 이미 50%에 육박하는 대기업들이 경영권방어장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적대적 M&A에 노출될 경우 계열회사를 통한 적절한 방어기회를 박탈당함으로써 경영권방어가 곤란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개정법 시행 전에 이미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게 된 기업에 대하여 적용을 면제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게 되면 대부분의 적용대상 대기업집단이 적용에서 제외되게 되어 개정법의 의미가 없어지게 될 것이므로, 대체적인 논의는 이러한 기업들에 대하여 일정기간 그 적용을 유예해 주는 방안을 고려하나 이에 대하여 해당기업들은 아무리 장기간 유예를 해 준다한들 그 기간 내에 순환출자구조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하여 투입되어야 할 엄청난 비용과 순환출자구조의 해소를 위하여 에너지를 쏟는 과정에서 적대적인 M&A에 노출될 위험성이나 신규투자나 기업발전에 역량을 쏟을 수 없는 점 등을 지적하여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순환출자를 통한 규모의 경제가 아니었다면 오늘날 한국경제가 이만큼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며, 현시점에도 여전히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순환출자구조의 해소에 에너지를 소모할 때가 아니라 규모의 경제를 통하여 세계의 기업들과 경쟁을 할 시간도 부족한데 순환출자를 금지한다는 것은 세계경제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다소 단순한 수준의 반론부터, 순환출자의 지분구조가 선진적이고 건전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일부 외국의 유수의 기업들에서도 나타나며, 이는 전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제도라는 반론까지 순환출자금지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수많은 만만치 않은 반론들을 제기해 오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반론들을 포함한 순환출자금지와 관련한 수많은 문제제기에 대한 결론이 아직 나지 않았기에 금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순환출자금지에 대하여 입을 다물고 있다고 선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금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담고 있는 지주회사의 행위제한에 대한 규제완화, 기업결합 사전신고 기한 폐지, 동의명령제도 도입 제도 등 방대한 내용의 규제완화 조치와 맞물려 생각해 보건대, 석연치 않은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지주회사의 행위제한에 대한 규제완화조치에 대하여만 간단히 보자면, 지주회사 설립시의 200%의 부채비율 규제를 없애고, 비계열사 주식 보유비율(5%)도 폐지하는 등 재벌총수 일가가 추가 자본의 확충이 없이 부채만으로 자회사 지분을 늘리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게 되었으며, 현 정권의 정책노선이었던 금산분리 완화까지 된다고 볼 때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동원하여 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었다.

금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입법예고일인 금년 4. 15.일부터 불과 보름 전쯤인 금년 3월 2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의 업무계획을 참조하면 이러한 우려는 더욱 떨쳐버리기 어렵게 된다. 공정위 정책의 큰 축을 대기업집단시책 중심에서 경쟁촉진 중심으로, 사전적 규제중심에서 시장친화적인 제도 및 법집행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주된 골자라고 시작되는 이 업무보고는 위에서 언급한 입법예고안의 내용에 더하여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직권조사와 현장조사도 최소화하겠다고 하는 등 공정위 조직자체의 존재의의를 부정하는 듯한 내용까지도 담고 있다가 한편으로는 담합행위는 철저히 감시하여 독과점의 폐해를 적극 시정하겠다고 하면서 시장친화적인 정책으로 변화하겠다고 하고 있다. 최근 유행어처럼 회자되어 우리 머릿속에 각인된 친기업적 (business friendly) 정책이라는 말과 혼동될 수 있는 얘기지만 이는 분명 친기업을 표방한 것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공정위 업무계획서에 표현된 바대로 “MB노믹스”의 실현을 위해, 공정위는 경제력 집중의 억제나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한 일을 안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규제의 철페나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의 도입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노선이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으나, 그 분야의 정책을 입안하고 담당하는 부서의 전문가나 실무자는 당해 제도가 해외에서 유래가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의 현실에 맞는지와 관련한 충분한 사전리서치나 연구를 통한 합리적인 국민설득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되겠다. 특히 우리나라의 그간의 제도 도입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외국에서 유례가 있는 제도 특히나 영미권에서 시행되는 제도라면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지에 대한 검증이 충분치 않아도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반면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으면 이는 이상한 제도 혹은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인양 쉽게 비난하고 내치는 경향이 있어 왔다.

순환출자금지제도의 도입을 두고 벌인 장시간의 논쟁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제도의 득실에 대하여는 충분한 논증이나 검토가 이루어졌다고는 보이지 않는 현시점에서, 일선에서 이러한 정책을 입안하여 실천하여야 할 실무담당자들이 이러한 검토나 논증을 정책노선의 변경이나 실용성이나 효율성, 규모의 경제논리를 내세워 쉽게 덮어버리지는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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