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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호] 2008년 2월 26일 (화)   [ 목 차 ]


  온라인게임의 피로도 시스템 도입논쟁에 부치는
규제입법의 한계에 대한 단상  

이영진 변호사  프로필보기

얼마 전 정부가 온라인게임에 피로도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할 것을 검토 중에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네티즌들과 관련단체들은 그 찬반을 두고 한바탕 논쟁을 벌였다. 찬성하는 일부 의견도 있었으나 대세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반대하는 쪽으로 기울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 또한 반대하는 사람 중 하나로, 반대의견이 우세했던 원인을 분석해 보면 온라인게임에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하는 취지를 살릴 가능성, 즉 의도하는 효과를 이끌어낼 가능성은 현저히 낮은 반면 피로도 시스템 도입이 불러올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매우 크다는 데 그 주된 원인이 있고, 대다수의 온라인게임 이용자들이나 일반인들이 공감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금년 초 정부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준비를 하면서 온라인게임 피로도 시스템도입을 하고자 한 취지는, 아동·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중독 예방 및 과몰입 방지를 도모하자는 것이었다. 앞서 온라인게임에 대하여 피로도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한 중국의 예를 참조하면서 청소년 보호대책의 하나로 논의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게임 이용자들이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거나 청소년의 경우 부모나 친척·친지의 주민번호를 동의하에 이용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1개의 주민번호로 다수의 캐릭터(게임에 따라서는 5개까지의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현실에 비추어 피로도 시스템 도입의 실효성이 의문시되었으며, 오히려 그 부작용으로 이용자들이 게임, 특히 장시간의 사냥 등을 통해 얻게 되는 다양한 득점 요소를 흥미요소로 하는 MMORPG(온라인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 흥미를 잃게 되어 게임산업의 쇠락만을 초래할 것이라는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고, 그에 더하여 합법적인 산업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 규모가 매우 비대해진 게임아이템 육성/거래시장이 외국으로 그 근거지를 옮기게 되면서 우리나라 시장만 죽이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도리 것이라는 우려까지 더해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오히려 게임산업이 침체될 위기의식마저 유포시켰다.

온라인게임, 특히 최근 온라인게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MMORPG게임에 있어서 흥미의 핵심적인 요소는 가상의 공간에서의 연마(硏磨)나 대결을 통해 게임상에서 더 강하고 높은 지위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받게 되는 보상이나 성취감이다. 그런데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일정 시간 이후부터는 이러한 흥미요소에 역행하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되도록 게임이 고안되고 개발되어야 한다. 결국 온라인게임개발회사는 재미있는 게임의 개발을 일정 부분 스스로 포기하여야 하며, 이를 피하고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흥미요소의 반감을 만회하고자 불필요한 편법적인 게임개발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예컨대, 어떤 이용자가 우려한 바와 같이 피로도 시스템상 기준에 정해진 일정한 시간내에 더 자극적인 요소를 추가하여 이용자를 붙잡아두려 한다거나 피로도 시스템이 도입되어도 일정한 영역에서는 게임상 승점의 획득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온라인게임의 기형적인 개발을 조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과 그러한 결과가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하여 검토가 선행되었는지 반문하고 싶다. 실제 이미 피로도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도입된 ‘던전앤파이터’ 게임의 경우 많은 이용자들이 이 피로도 시스템으로 인한 흥미요소의 반감으로 인하여 동 게임을 즐기지 않게 되고 다른 온라인게임으로 옮아간 예가 있다.

한편, 중독성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술이나 담배의 경우와 비교해보자. 술이나 담배는 그 판매를 허용하면서, 일정한 연령 이하의 청소년에게는 판매를 제한하고 제품에 그 유해성 경고문구를 부착하여 남용이나 과용을 예방하고자 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중독이나 술로 인한 알코올 중독 내지 담배로 인한 니코틴 중독은 건전한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건강을 해친다는 중독의 폐해에 있어서는 막상막하라 하겠다. 다만, 전자의 경우 사회적으로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중독으로 나아가지 않는 절제력이나 자제력이 아직은 미약한 아동·청소년이 그 이용자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 있다. 결국 온라인게임의 피로도 시스템의 도입취지로 보나 이러한 폐해의 근본적인 요소를 분석해 보나, 이 문제는 어떻게 하면 아동·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중독을 막을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논의되어야 한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온라인게임 중독의 폐해에 대한 교육의 강화와 그들의 보호자의 지위에 있는 성인의 적절한 훈육과 통제가 없이는 아무리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자제력이 미약한 아동·청소년이 온라인게임에 중독되는 것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 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실효성이 검증되지 아니한 규제입법은 항상 그 도입취지는 살리지 못한 채 편법과 탈법만을 양산한 후 철폐되어 왔다. 일정한 사회적 행위를 지원하고 장려하는 입법과 달리 어떠한 사회행위를 규제하고자 하는 입법이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그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모든 긍정적·부정적 측면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하여 신중하게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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